기업들은 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것일까.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 제도의 도입 배경과 운용 실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배경은 고용 경직성 해소차원"이라고 말한다.

■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고용제 도입

현대자동차는 1998년 외환위기 사태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고용조정을 단행한 이후 정규직의 고용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연간 2조3천억원 이상의 적자로 내면서 4만5천여 명의 직원 중 20%가 넘는 1만명 이상을 고용조정(정리해고, 희망퇴직 등)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생산물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인원 투입이 불가피했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고용부담이 큰 정규직으로 채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세계자동차업계의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언제 다시 경영난의 악몽이 되살아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용부담이 큰 정규직 대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고용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간 합의했다.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고용제를 도입한 속사정을 보면 공장간 근로자 전환배치가 사실상 노조의 반대로 불가능해진 것이 이유였다.

차종별 수요 변화에 따른 공장간 전환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대로 전환배치가 불가능해 시장변화에 따른 정상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사내하도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제43조를 보면 근로자의 배치전환과 관련해 희망자에 한해 배치전환을 시행하되 희망자가 소요인원보다 적을 시 조합과 합의하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회사측이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기피공정에 대한 정규직 근로자들의 배치거부로 사문화된 데다, 회사측이 임의로 전환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노조 간부의 조합활동으로 인한 일시적(1~2년) 공백 사태까지 빈번해지면서 회사측은 부득이 계절적 수요 발생으로 인한 한시적 소요 인원의 경우 정규직보다는 사내협력업체를 통한 근로 대체를 택했다.

■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처우현황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이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업체 직원보다 임금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측이 공개한 직영업체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 비교표를 보면 4~5년차 근무자의 통상 임금을 기준으로 2007년 73%, 2008년 78%, 2009년 81%, 2010년 84%로 매년 높아졌다.

특히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언양, 경주 등 인근 지역에 소재한 부품업체 근로자에 비해 8~19%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직영업체 근로자(4년 근속자)의 경우 월급은 453만원이었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4.1년 근속자)는 338만원, 1차 부품업체 근로자(4년 근속자)는 254만원, 2차 부품업체 근로자(4년 근속자)는 191만원이었다.

특히 사내협력업체는 대부분 약 60~70명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1차 부품업체는 약 100~200명 수준이어서 동일한 규모로 비교할 경우 사내협력업체의 임금 수준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이같은 수준은 전국 상용근로자의 임금 수준보다도 1.4배가 높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2/4분기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실질 임금(338만원)은 국내 전체 근로자(232만원)보다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100만원에 불과하다고 처우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임금에는 상여금, 휴가비, 귀향비, 연월차수당, 성과금, 격려금 등 실질 임금이 아닌 통상 급여만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노동계와 재계의 시각차는 좁힐 수 없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제3자의 노무제공은 직업안정법과 파견법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구조의 노동법을 갖고 있다.

노동법과 민사법은 법원(法源)을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도급관계에 파견법을 적용함에 따라 불법파견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업무의 완성이 목적인 도급과 노무제공이 목적인 파견이 서로 중첩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다.

재계는 "노동법과는 별개로 민사법에서 도급·위임·용역 등에 근거한 다양한 생산방식이 존재했고, 무한 경쟁시대인 오늘날 이러한 계약관계가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세계적 조류"라고 말한다.

때문에 현행 파견법상 허용업무가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 원리에 맞지 않고 그 범위 또한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고용제를 활용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고용 경직성 때문이라는 점도 없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현행 노동관계법상 정규직 직원의 신분보장이 최우선시되면서 고용 유연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으로 파견허용업종의 확대(제조업도 허용) 및 파견기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외 선진국은 어떤가.

독일의 경우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근로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파견기간도 제한이 없고, 프랑스도 일시적 업무증가 등 파견사유는 제한하는 반면 파견대상업무에 대한 제한은 없다.

또 영미권에서는 아예 파견대상업무 및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일본은 항만운송⋅건설⋅경비⋅의료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 허용,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도 상당히 완화되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파견대상업무, 파견기간에 대해 특정 방식⋅기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일정범주의 근로자 및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민간고용업체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을 갖고 있다.

[재벌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