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노동법 개정 문제가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지난해 합의했던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이 재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세가지다. 

타임오프제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복수노조허용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재계, 그리고 노동계와 야당은 노조법 개정 당시 처음으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이 개정안을 전면 무효화하고 다시 개정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최근 민주노총과 공동 전선을 형성,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타임오프제를 폐지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결정하며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및 자율교섭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3월 2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기타 정당 대표와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깊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노동계와 야당의 노조법 재개정 주장은 적잖은 파장과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이같은 노조법 재개정 주장에 대해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작년 1월 1일 노조법 개정 당시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합의의 주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다시 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공적 단체 또는 정당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그 주장 제기 자체만으로도 도덕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계는 핵심 사안인 타임오프제 폐지 등의 주장에 대해 "법 시행 2년 차를 맞아 대부분의 사업장이 법적 한도 내에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연착륙하고 있다"며 재개정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 재계의 주장처럼 타임오프제는 정착되고 있는 걸까.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8~9곳이 타임오프제(유급 근로시간면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 80% 이상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2천362곳 중 2천34곳(86.1%)이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기로 단체협약을 갱신했거나 잠정 합의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월말까지 타임오프를 도입한 2천34곳 중 법정고시 한도를 지켜 단협을 고치거나 바꾸기로 합의한 사업장은 2천10곳(98.8%)이며, 한도를 초과한 업체는 24곳(1.2%)이다.

또 법정 한도를 초과해 타임오프 실시에 합의한 사업장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19곳이고, 한국노총 소속은 3곳, 상급단체 미가입 사업장은 2곳으로 각각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체결된 단협을 점검해 한도를 초과한 62개 사업장을 상대로 단협을 개정하도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392곳을 선정해 실시한 현장 지도점검에서 전임자 급여지급, 노조운영비 지원 등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법을 어긴 사업장 66곳을 적발해 시정조치했다.

실제 현장을 살펴보자. 

초강성 노조로 분류되고 있는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9월 진통 끝에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기로 하고, 사측과 유급전임자는 21명까지 인정하며 무급전임자는 노사합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쌍용차 역시 전임자를 7명으로 줄이기로 했으며, 현대중공업, LG전자, SK에너지, S-Oil 등 대규모 제조업체들이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타임오프제를 도입해 준수하고 있다.

반면 타임오프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곳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이다.

현대차는 기존 단협이 지난 3월 말로 만료되면서 4월 이후 타임오프제 적용 사업장이 됐지만 노조의 반발로 기존 전임자 233명에 대해 모두를 무급휴직 발령을 한 상태다.

특히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법적으로 정해진 노조 전임자 24명에 대한 명단을 노조에서 확정하지 않은 탓에 회사측은 개정 노조법에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또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사무실 등에 지원된 차량 17대의 반납을 요구하는 한편 노조 위원장 및 각 사업부 대표 등에 지원해온 유류비 및 노조 사무실의 보조적인 임금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회사측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며 쟁의행위를 결의하는 등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 입장에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면 불법 사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노조도 타임오프제 시행문제로 파업을 결의하면 이 역시 불법 파업이다.

아직 타임오프제 시행을 두고 넘어야 할 언덕이 사업장마다 엇갈리는 가운데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이를 백지화하는 노조법 재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노조와 정치권 일각에서 반 법치주의적 행위를 하는 것"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법 재개정을 통해 다시 들고나온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서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개정된 노조법 규정이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노조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심히 훼손하여 법치주의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조법 재개정 문제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투진되거나 이루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논리다.

♦ 타임오프제의 롤모델 기아자동차


이처럼 논란을 빚고 있는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가장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는 곳은 기아자동차로 꼽힌다.

기아차가 시행중인 모델은 사측에서 수당 신설 등으로 임금을 올려준 뒤 이를 급여에서 일괄 공제해 노조에 전달하면 노조가 법정한도 외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 

기아차 모델은 개정된 노조법을 지키면서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게 노동계와 재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기아차가 시행중인 방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보전수당.

회사측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임금 교섭 조정 차원에서 (보전수당을) 지급한 것일 뿐, 전임자 급여지급을 위한 조합비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아차는 대리 이하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보전수당을 인상하여 비조합원에게도 임금인상이 적용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올해 2월 노사합의로 타임오프제 시행에 들어간 한국GM과 비교해보면 생산직 사원만을 대상으로 지급한 초과근무수당(O/T)을 조정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표 참조)

기아차 노조는 기존 전체 전임자 234명 중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 21명 외에 대폭 축소된 무급 전임자 70명에 대한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조합비 인상 총회를 실시했다.

이 부분 역시 한국 GM의 경우 파트타임 근로시간 면제자 28명과 부당 시간할애자 8명 외에 기존 전임자 81명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조합비 4만2천74원을 인상한 것과도 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벌닷컴]